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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너, 폭력의 메아리 속, 가족, 인간 본성

by 좋은내용 2025. 4. 20.

영화 거너

폭력의 메아리 속, 가족이라는 마지막 보루

영화 거너(Gunner, 2024)는 단순한 액션 복수극으로 보이기 쉽다. 총기 액션, 군사 조직, 납치와 구출, 그리고 전직 특수요원이라는 전형적인 구조.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익숙한 틀 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폭력의 유전성’,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것의 진정성’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주인공 리(Ray, 연기: 루크 헴스워스)는 단순히 총을 잘 쏘는 히어로가 아니다. 그는 상처 입고, 실패하고, 죄책감에 허우적대는 한 인간이자, 아버지다.

줄거리는 명확하다. 리는 은퇴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던 그는 이혼 후 멀어진 아들 거너(Gunner)와 함께 캠핑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 여행 중 아들이 납치되면서, 리는 다시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한 ‘복수’의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리가 폭력이라는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내면의 동기,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전사’로서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리의 모습은, 이 영화가 단순히 총격의 쾌감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 그는 전투가 익숙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잔인한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가 총을 쏘는 장면마다 그 안엔 분노뿐 아니라 자책과 고뇌가 깃들어 있다.

영화는 아들 거너의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단순한 납치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을 구하려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그의 과거를 이해하게 되는 아들의 감정선은,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진한 감정적 울림을 준다. 아버지를 미워했던 소년이, 아버지의 고통과 선택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영화는 드디어 폭력의 서사에서 ‘인간의 서사’로 넘어간다.

쉴 틈 없는 액션 너머,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거너는 장르적 완성도 면에서도 뛰어나다. 총격전의 연출은 군더더기 없고 현실적이며, 공간을 활용한 동선 구성 또한 탁월하다. 특히 숲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폐공장에서의 최후 대결은 단순한 총격을 넘어 전략과 심리전이 어우러진 밀도 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런 외적 장치들보다 이 영화가 진짜로 집중하는 건 ‘사람’이다.

리의 캐릭터는 흔한 액션 영화 주인공과는 다르다. 그는 무적의 영웅이 아니며, 때로는 망설이고, 틀리며, 감정에 휘둘린다. 영화는 그를 우상화하지 않고, 한 사람의 고통스러운 선택과 그 결과를 직면하게 한다. 이는 배우 루크 헴스워스의 거친 외면 속 내면의 연기로 잘 표현되며, 관객이 단순한 액션의 카타르시스를 넘어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다.

악역 캐릭터 또한 평면적이지 않다. 거너를 납치한 무장 조직은 단순한 악의 집합체가 아니다. 그들 또한 생존을 위해, 믿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영화가 ‘폭력 대 폭력’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피하고, 폭력의 뿌리에 있는 사회적, 감정적 맥락을 탐색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리가 한 납치범을 죽이지 않고 놓아주는 장면이다. 그는 말한다.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이 말은 액션 히어로의 입에서 나올 법한 대사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이 영화가 진짜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한다. 진정한 힘이란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폭력의 고리를 끊는 데 있다는 것.

총격, 폭발, 피의 이미지가 반복되지만, 거너는 결국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가?” 그리고 “그 싸움이 진짜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관객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 상처, 그리고 다시 손을 잡는다는 것

이 영화의 핵심은 액션도 복수도 아닌, ‘관계의 회복’이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거너가 단순한 액션 장르를 넘어 휴먼 드라마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영화 초반, 리와 거너의 관계는 차갑고 불편하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가 가진 분노와 고립감에 거너는 불편해한다. 하지만 아들의 납치와 그를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리는 단지 아버지로서의 존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상처와 죄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가 끝날 즈음, 거너는 리에게 묻는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어?” 그 질문은 단순히 구출 작전의 무모함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사랑한 방식은 옳았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는 길게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말없이 거너의 손을 잡는다.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깊은 감정의 언어다. 

거너는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액션물이지만, 동시에 그 폭력이 남긴 상처를 어루만지고, 관계의 균열을 메우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그것이 이 영화가 진짜로 기억될 수 있는 이유다. 단지 한 남자가 총을 들고 아들을 구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다시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기까지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뭉클함 과 스쳐지나가면서 나의 행동.

특히 마지막 장면, 해변가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컷은 영화 전체의 감정선을 정리한다. 싸움은 끝났고, 상처는 남았다. 하지만 그 상처를 품고서도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구원의 방식이다.

결론 – 총이 아니라 손으로 연결된 관계의 복원

거너는 단순한 액션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익숙한 폭력과 복수의 틀을 빌리되, 그 안에 진지한 질문과 인간적인 서사를 심는다. 폭력이 끝난 자리에서 남는 것은 결국 사랑, 이해, 그리고 다시 손을 잡는 용기다.

이 영화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처, 그리고 그 상처를 마주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용서받지 못할 과거가 있을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손을 내밀 수 있다.

거너는 바로 그 믿음을 담은 영화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건, 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 거너는 총성 뒤에 남는 이 조용한 진실을, 아주 깊이 있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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