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마주한 새로운 팀, 낯선 케미스트리의 신선함
2025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는 썬더볼츠 라는 이름의 예측 불가능한 팀업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어벤져스의 대체 팀’이라는 단순한 기대를 품고 극장에 들어선 나로선, 영화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30분 만에 깨달아야 했다. 썬더볼츠는 정의의 얼굴을 한 히어로가 아닌, 과거를 지닌 인물들이 모여 만든 불안정한 집단이다. 바로 그 불안정함이 이 영화를 이전 마블 작품들과 구별되게 만든다.
팀의 중심에는 윈터 솔저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가 있고, 여기에 ‘엘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존 워커/US 에이전트’, ‘고스트(에이바 스타)', ‘레드 가디언’, ‘타스크마스터’, 그리고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퐁텐’까지 각자의 과거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이들이 조합된다. 관객인 나는 자연스레 질문을 품었다. 이들이 과연 한 팀이 될 수 있을까?
초반의 팀 결성 과정은 매우 어색하고 불협화음으로 가득하다. 마치 악기 조율도 안 된 오케스트라처럼,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이 부딪히고 망설이며 갈등한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전작들과 달리 ‘완성된 영웅들’이 아니라,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사람들" 이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색다른 긴장과 몰입감을 준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엘레나와 버키 사이의 묘한 신뢰와 견제, 존 워커의 분노 조절 문제와 타스크마스터의 침묵 속 고통 등은 단순한 팀 액션을 넘어서서, 캐릭터 개별 서사의 무게를 부여한다. 극장에서 이 조합을 보는 동안, 나는 어벤져스와는 전혀 다른 ‘거칠고 현실적인 팀’의 감정을 강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통제할 수 없는 미션, 그리고 그 속의 개인 서사들
썬더볼츠는 전투와 스릴 넘치는 액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그림자를 짊어진 자들이 어떻게 현재와 싸우는가’에 더 주목한다. 정부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위험한 비밀 작전 이란 전형적인 설정 위에, 영화는 각 인물이 자신의 트라우마와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탁월하게 엮어낸다.
예를 들어, 고스트는 자신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체 상태에 대한 불안을 여전히 안고 있고, 존 워커는 자신이 히어로라는 정체성을 회복하고 싶어 하면서도 언제든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는 내면을 스스로도 두려워한다. 그런가 하면 버키는 ‘겨울 병사’라는 과거에서 탈피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개인 서사가 영화의 중심 미션과 교차되며, 단순한 히어로 물에서 흔히 느끼기 어려운 깊이를 만들어낸다. 팀이 맡은 임무는 명분도, 진실도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이들을 ‘도구’로만 보고 있고, 발렌티나는 정보의 흐름마저 조작한다. 팀원들은 서서히 자신들이 누군가의 계획 속 말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며, 미션 자체보다도 "서로를 믿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특히 후반부, 팀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분열 직전까지 몰리는 장면은 극장에서 실제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상처를, 누군가는 용기를, 누군가는 배신을 선택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스펙터클이 아닌, 감정적 충돌의 절정으로써 깊은 울림을 남긴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새로운 팀원, 새로운 팀 결성 일 때 크게 나타나는 특징들을 보고 있는거 같다.
화려함 대신 불완전함 MCU의 새로운 방향성
썬더볼츠는 기존 MCU의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있다. 이 영화는 구원의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들이 최소한의 정의를 찾아가는 복잡한 과정을 그린다. 시각적으로도 마블 특유의 화려한 CG보다는, 지면과 가까운 로케이션과 실전 같은 격투, 어두운 색감의 톤앤매너가 인상 깊다.
액션은 절제되어 있으나 타격감이 묵직하다. 특히 타스크마스터의 전투 장면은 짧지만 임팩트 있었고, 레드 가디언과 존 워커의 신체적 충돌은 관객들 사이에서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액션이 끝나고 남는 건 총성과 폭발음이 아닌, '이들이 왜 싸우는가' 에 대한 고민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버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영웅은 아니야.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이 한 마디는 썬더볼츠라는 프로젝트 전체를 설명하는 키워드처럼 느껴졌다. 마블은 이번 작품을 통해 ‘히어로’가 아닌 ‘사람’에 집중했고, 그것이 오히려 더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엔딩 크레딧 이후 공개된 짧은 장면 역시 다음 행보에 대한 복선을 암시한다. 이들은 아직 완전한 팀이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극장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이 팀이 어벤져스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그들이 '선하지 않아서',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 중이기 때문' 이라는 걸. 성장은 끊임이 없는 법
총평
썬더볼츠는 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공식을 버리고, 새로운 감정선과 인간적인 균열을 앞세운 의미 있는 도전이다. 팀이기 이전에 개별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구원, 그 무게를 정직하게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MCU의 다음 챕터를 기대하게 만드는 묵직한 한 편. 완벽하지 않아 더 강렬한 팀, 썬더볼츠는 실패할 자유마저 품은 ‘현실적인 히어로’들의 이야기였다.